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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좌광우도

관리자 0 482 2020.08.30 12:33




좌광우도

 

김진수 

 

외길로 뚫린 마래터널을 지나

만성리까지 무사히 가려면

몇 번쯤은 오른쪽으로 비켜 설 줄 아는 게 요령이다

 

굴 밖 비렁에는 요령 없이 터널을 빠져 나가다

무지막지한 손가락 총에 맥없이 수장된

수많은 통곡소리가 아직 파도치고

태풍이 쓸고 간 만성리 횟집은 밤이 돼도 컴컴하다

 

활어통 바닥에 납작 엎드렸던 광어 도다리들이

순환 모터가 멈춰 선 수조를 뛰쳐나와

땅바닥에 온통 널브러진 횟집 앞에서

구경꾼의 논란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왼쪽으로 눈이 쏠려있으면 광어고

오른쪽으로 쏠려있으면 도다리라며

광어와 도다리의 구분법을 잘 안다는 자

 

오늘도 그자의 높은 목청 아래

함부로 분별해선 안 될 슬픈 과거사가

또 한 번 들춰지고 뒤집어진다

 

좌우지간은 손만 내밀면 가장 가까운 거리다

펭펭히 맞서서 보이는 것이 좌광 우도라면

서로의 어깨를 한번 다정히 감싸보자

그러면 금세 우광 좌도로 바뀌고 만다

 

그렇다. 어느 바다에서 어떻게 살았던지

광어는 본래부터 광어였고

도다리도 그냥 도다리였을 뿐이다.

 

 

chodo3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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