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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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둔병도

관리자 0 212 2020.08.30 12:37




둔병도

 

박혜연

 

 

이참에 나는

연못 한 가운데에 방을 하나 잡고

한 계절 들어가 살아야겠습니다

명주실 한 끝이 다 들어가도 끝이 없다는

그 곳으로 들어가

어머니 자궁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 손가락을 빨며

세상에 나가 어떤 별로 뜰까만을 생각하겠습니다

온갖 세상 풍파로부터 단단히 보호된

그 방에서

세상 풍파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푸른 별로 사는 생을 생각하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태어난 이 별은

천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우리는 오늘도 이 초록별에 오염된 기침을 쏟아내지만

알타미라 벽화를 그렸던 손이 그랬던 것처럼

이 별을 닮기 위해 온 몸 푸르게 잠겨야겠습니다

그런 어느 날 단단한 뼈 곧추 세우고

심연에서 힘차게 솟구쳐 오르겠습니다

 

나 잠시, 연못 한 가운데로 걸어

초록별 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sappo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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