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암에서
신나영
대숲 길 걸어 오르면
침묵이 마당을 쓸고 있다
뎅그르 뎅그르 바람이 기척한다
바삭하게 마른 가을,
구절초도 아른거린다
빠삐용 의자 위
햇살 무심히 내려와 노닥거리는데
톡,
도토리 하나
보살 처마 밑으로 굴러든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톡 톡
잘 여문 말씀 전한다
그늘 잠 깨우며 절 마당 흔드는 소리
가만히 내려앉는다
고요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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