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집
이성일
가막만에 떠 있는 섬들이
저마다의 이력을 가지고 살아가듯
안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또한 살아있다.
당집 앞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는
겉과 속을 잘 갖춘 한옥 한 채 또한
긴 이력을 담고 서 있다.
카페에 차를 한잔 시켜놓고 홀짝거리면
카페주인은 슬쩍 집의 내력을 풀어 놓는다.
잦은 모리에서 휘 모리로 넘어가는 숨결을
까막만 바다도 아는지 윤슬을 반짝인다.
“그라지라 이십 칠팔년 전이지라
순창에서 이름난 고옥이었지라
그란디 큰 도로가 난 바람에 영락없이
집이 죽게 되었당께. 그 집 주인 부탁도 있고 해서
그 집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 왔지라
지금도 가끔씩 주인이 와서 정을 나누고 갑디다 만은
돈보다는 잘한 일이지라“
120년 된 집을 살려놨다는,
그래서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여인의 말을 들으며
대추차가 다 떨어질 때까지 북소리도 끝나지 않았다.
노을이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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