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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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살아있는 집

관리자 0 422 2020.08.30 13:14




살아있는 집

 

이성일

 

 

가막만에 떠 있는 섬들이

저마다의 이력을 가지고 살아가듯

안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또한 살아있다.

당집 앞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는

겉과 속을 잘 갖춘 한옥 한 채 또한

긴 이력을 담고 서 있다.

카페에 차를 한잔 시켜놓고 홀짝거리면

카페주인은 슬쩍 집의 내력을 풀어 놓는다.

잦은 모리에서 휘 모리로 넘어가는 숨결을

까막만 바다도 아는지 윤슬을 반짝인다.

그라지라 이십 칠팔년 전이지라

순창에서 이름난 고옥이었지라

그란디 큰 도로가 난 바람에 영락없이

집이 죽게 되었당께. 그 집 주인 부탁도 있고 해서

그 집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 왔지라

지금도 가끔씩 주인이 와서 정을 나누고 갑디다 만은

돈보다는 잘한 일이지라

120년 된 집을 살려놨다는,

그래서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여인의 말을 들으며

대추차가 다 떨어질 때까지 북소리도 끝나지 않았다.

노을이 넘어가고 있었다.

 

 

dameun32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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