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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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심

군무

관리자 0 428 2020.08.30 13:19




군무

-이끼 꽃

 

이형심

 

 

물의 살갗이거나

경계 없는 햇살이 갈마드는 계곡의 군무다

숲속의 축제다

묵묵한 바위에 초록 안장을 얹은 듯 

천지의 이불을 덮고 가만히 푸르다*

소슬한 그늘을 초록에 품고

올곧게 자란 나무의 망루에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음이여

어찌 그 키를 높이로만 잴 수 있으랴

낮게 엎드린 끼의 번짐은 결코

움츠리거나 굽히며 살아가지 않는다

그늘의 길을 더듬어 

물방울 하나까지 머금었다 내어주는 모성으로

노루잠 건너온 기억들을 품는다

바위처럼 굳어졌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초록의 몸을 버티며 발아된

포자낭의 꽃망울이나

나란히 뻗어 오른 꽃술은 더욱 선명해 진다

허공의 물길,

햇살이 비껴간 시간과

바람이 지나간 꽃의 잔영이

민꽃의 고전으로 피어난다

 

*장자(壯者)의 말을 인용.

 

aman8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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