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
-이끼 꽃
이형심
물의 살갗이거나
경계 없는 햇살이 갈마드는 계곡의 군무다
숲속의 축제다
묵묵한 바위에 초록 안장을 얹은 듯
천지의 이불을 덮고 가만히 푸르다*
소슬한 그늘을 초록에 품고
올곧게 자란 나무의 망루에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음이여
어찌 그 키를 높이로만 잴 수 있으랴
낮게 엎드린 끼의 번짐은 결코
움츠리거나 굽히며 살아가지 않는다
그늘의 길을 더듬어
물방울 하나까지 머금었다 내어주는 모성으로
노루잠 건너온 기억들을 품는다
바위처럼 굳어졌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초록의 몸을 버티며 발아된
포자낭의 꽃망울이나
나란히 뻗어 오른 꽃술은 더욱 선명해 진다
허공의 물길,
햇살이 비껴간 시간과
바람이 지나간 꽃의 잔영이
민꽃의 고전으로 피어난다
*장자(壯者)의 말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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