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의 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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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파는 박작가

[제 삶의 본전]

관리자 0 451 2020.09.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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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어렵게 공부하던 시절이었어요.

추석 전날인데 몸살감기를 심하게 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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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열은 펄펄 끓고 편도까지 부었어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어요.

병원에 가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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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머니에는 500원이 전부였어요.

500원으로 병원에 갈 수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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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 때문에 온 몸이 떨렸어요.

두꺼운 이불을 덮어도 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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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홀로 누워서 창밖을 보는데

보름달이 저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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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떠난 고시원에는 저 혼자였어요.

추석날에도 쫄쫄 굶으면서 추석을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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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이 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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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저는 포스코에 입사를 했고

그 뒤에 GS칼텍스로 회사를 옮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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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어요.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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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3년 안에 사표를 쓸 생각입니다.

그때 당신이 반대한다면 나는 당신을 잡을 수 없소.

그때 내가 사표를 내더라도 이해해 주기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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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어요.

뻥튀기 장사라도 하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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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국 그 말이 씨가 되고 말았어요.

뻥튀기 장사는 아니지만 고생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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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서 힘들게 공부할 때

돈이 떨어지면 막노동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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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그때 두려움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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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 삶의 본전은 언제나 500원이에요.

그 이상 되는 것은 제게 있어 언제나 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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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내와 어려운 아이가 있는 집을 방문해서

과일 상자와 작은 봉투 하나를 놓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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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의 덤으로 할 수 있는 작은 기쁨이에요.

요즘은 그 덤이 조금 많았으면 욕심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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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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